시리아 내전이 더욱 복잡해졌다. 아사드 정권과 친서방 반군, 이슬람국가(IS) 등 세 집단을 여러 나라가 지원하며 이미 국제전쟁이 되어 있던 차에 러시아가 본격적인 군사개입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포성은 요란해지고 강대국의 계산이 부산해지고 있으나 정작 중요한 시리아 문제 해결과 시리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이런 움직임이 보탬이 되는 건지는 참으로 의문스럽다.
9월30일(현지시각) 첫 공습에 나선 러시아 전폭기들은 친서방 반군 기지를 과녁으로 삼았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아사드 정권이 이슬람국가보다는 이들을 1차 타격 목표로 삼아서라고 한다. 미국은 자신들이 무기를 대면서 육성해온 반군이 공습당하자 다른 목표물을 겨냥해 즉각 맞불 공습을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작전 상황도 공유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국 군대들이 극단주의 세력을 억제하겠다면서 개입했다면 나름대로 협력도 하면서 질서있게 작전을 펼 것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시리아에서 멋대로 약진하면서 대량 난민 발생 등 혼란이 오히려 가열되고 있다.
아사드 일가의 부자 세습 독재정권은 45년째 유지되고 있다. 2010년 ‘아랍의 봄’ 이래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에서 독재자들이 쫓겨났지만 아사드 정권은 무차별 발포로 민주화 시위를 제압했고, 그것이 내전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서방은 아사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면에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보호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면 시리아의 지중해 연안 해군기지 등을 더는 활용하지 못할 가능성을 경계한다. 미국과 서방도 인권문제를 강조하지만 자신들의 영향력 강화를 꾀한다는 점에선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시리아가 강대국들이 힘을 겨루는 이전투구장이 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제정치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무대가 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시리아 내전에서 그 ‘끝판’을 보는 듯하다.
러시아 개입과 함께 중동에서는 이란-시리아 아사드 정권-헤즈볼라-이라크 정부로 이어지는 시아파 연대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수니파 주민들은 이슬람국가를 대안으로 삼으면서 시리아 내전은 더욱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의 이번 군사개입은 문제 해결은커녕 되레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리아 내전 4년7개월 동안 이미 25만명이 숨졌으며 이재민과 난민은 1000만명이 넘는다. 강대국들의 이전투구 속에서 인류사의 비극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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