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전 의원이 측근 소유의 협력업체를 통해 포스코로부터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5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한 지 2년여 만에 또다시 비리 혐의로 형사처벌을 앞두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 전 의원은 ‘만사형통’이란 말까지 들을 정도로 온갖 사안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불법과 비리가 허다할 것이다. 그 하나가 이제야 드러나는 것일 터이니 비리의 전모를 언제 다 밝혀낼 수 있을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전 의원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지만, 그렇게 모르쇠로 버틸 일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년 넘게 경북 포항의 자신의 지역구 사무소 운영을 맡아온 박아무개씨를 내세워 2009년 포스코 협력업체 티엠테크를 인수하도록 했다. 철강사업에 문외한인 박씨의 회사는 신생업체인데도 곧바로 포스코 자회사의 일감을 따내 연간 170억~1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정준양씨가 여러 의혹 끝에 포스코 회장이 된 것도 그즈음이다. 검찰은 포스코의 현안이었던 신제강공장 건설이 성사될 수 있도록 이 전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한 대가로 포스코가 티엠테크 등 이 전 의원 관련 협력업체 3곳에 일감을 몰아줬고, 그 결과 측근 박씨 등이 배당 등으로 챙긴 20억원가량이 이 전 의원 쪽에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이라면 불법 정치자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뇌물 수수에 해당한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챙긴 일이 더 없는지 궁금하다.
‘협력업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포스코로부터 이권과 금품을 전달받은 사람은 이 전 의원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의 출신지인 경북 포항·영일에 연고를 둔 정·관계 유력자를 일컫는 이른바 ‘영포 라인’ 인사 여럿이 이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한몫’을 챙긴 혐의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도 측근이 소유한 협력업체를 통해 같은 방식으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이 전 의원에 이어 소환할 방침이라고 한다. 정권의 실력자들과 기업 간 추악한 결탁의 일단이 드러나는 것이겠다.
검찰은 의혹의 규명과 드러난 비리의 처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어설프게 칼날을 거두었다간 해묵은 비리를 뿌리뽑기는커녕 더 창궐하게 할 뿐이다. 그런 예는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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