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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구획정위가 ‘게리맨더링 꼼수’ 앞장서다니

등록 2015-10-05 18:4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이하 획정위)를 독립적 기구로 만든 것은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해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선거구를 기형적으로 쪼개고 붙이는 게리맨더링 등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악습을 막자는 게 중요한 취지였다. 그런데 최근 획정위가 하는 모습을 보면 이런 기대와 완전히 동떨어진 채 오히려 역주행까지 하고 있다.

획정위원회는 농어촌 지역의 대표성 확보를 위해 선거법상의 ‘자치구 시·군 분할 금지’ 원칙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선거구간 인구 편차를 2 대 1 이내로 제한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농어촌 일부 지역구의 통폐합이 불가피해진 데 대해 해당 지역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현행법에 예외를 더 인정해 자치구 시·군의 일부를 떼 다른 지역구에 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유권자 빌려쓰기’의 꼼수는 획정위원들 중 주로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 개탄스러운 점은 김대년 획정위원장(중앙선관위 사무처장)까지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점이다. 그는 자치구 분할 금지 예외 문제에 대한 획정위원들 간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이를 기정사실화해 획정위 이름으로 보도자료까지 냈다.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위원장이 자신의 의무를 망각한 채 지역구를 누더기로 만드는 일에 앞장서고 있으니 실망스러울 뿐이다.

획정위는 선거법을 위반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헌법재판소 결정마저 무시하려 하고 있다. 헌재가 제시한 선거구 간 인구 편차 산출 기준은 ‘전국 선거구 평균 인구’인데, 획정위는 ‘최소 선거구의 인구’를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자의적 기준을 택하게 되면 결국 헌재가 제시한 조건과는 어긋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또다시 위헌 시비에 휩싸일 가능성까지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국회의원 정수 문제 등에 대한 정치권의 통큰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획정위가 자체적으로 ‘묘수’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획정위는 정치권의 이해관계나 압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선거구 문제를 다뤄야 한다. 농어촌 지역구 축소 문제는 농어촌을 대변할 지역 비례대표나 직능별 비례대표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게리맨더링 같은 꼼수로 해결할 문제가 결코 아님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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