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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세계 최대 무역협정의 탄생과 우리의 대응

등록 2015-10-06 18:27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10년의 진통 끝에 5일 마침내 타결됐다. 이로써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2013년)으로 28조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탄생했다.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캐나다·멕시코 등 12개 참가국의 경제규모는 세계경제의 40%에 육박한다. 포괄 범위 또한 매우 넓다. 1만8000여개 품목의 관세가 철폐되는 것을 비롯해 서비스, 투자, 환경, 노동, 지식재산권 분야를 망라한다.

무엇보다 티피피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일본의 ‘연합전선’ 성격이 매우 짙다. 중국이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과정에서 잘 드러났듯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미국과 중국이 사활을 걸고 벌이는 치열한 패권 경쟁의 주무대로 등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티피피를 자신의 외교정책인 아시아·태평양 재균형의 핵심으로 내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거대 자유무역협정’인 티피피의 등장을 단순히 경제 분야에만 국한하지 말고 정치·군사적 국제질서 재편이라는 거대 흐름 속에서 바라봐야 옳다.

주요 교역국인 우리나라가 제외된 상태에서 거대 자유무역 시장이 등장했으므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도 티피피의 파장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대표적으로, 티피피 출범 즉시 미국에 수출하는 일본산 자동차 부품은 최대 80%까지 관세(2.5%) 철폐 혜택을 누리게 됐다. 우리로선 이미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우리 정부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50여개 나라와 에프티에이를 맺는 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등 거대경제권이 밀어붙이는 다자간 경제블록 구축 움직임 앞에서 개별 단위 에프티에이의 영향력은 근본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티피피 참여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최경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티피피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말 ‘관심 표명’ 입장을 밝힌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바심은 절대 금물이다. ‘중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회를 놓쳤다’며 더 늦기 전에 티피피에 가입해야 한다는 식의 섣부른 주장에 휘둘리는 건 위험하기 짝이 없다. 티피피 협상이 타결됐다고는 해도 12개국 의회의 승인을 모두 거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12개국 비준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리란 보장도 없다. 미국만 해도 여전히 공화당과 민주당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데다, 유력 대선 주자들도 티피피에 비판적이다. 더군다나 일본과 멕시코를 뺀 10개국은 이미 우리와 에프티에이를 체결·발효한 상태다. 우리로선 가입에 따른 추가 실익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덤벼든다고 당장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자칫 서두르다간 과도한 ‘참가비용’만 물게 될 공산이 크다. 일본이 연간 7만톤까지 미국산 쌀을 무관세 수입하기로 한 마당에, 우리에게 똑같은 요구를 들이밀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국제질서의 거대한 흐름을 냉정한 눈으로 지켜보면서 최대의 국익을 거둘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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