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다시 검찰의 감청 영장에 응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톡 사찰’ 폭로와 그에 뒤이은 누리꾼들의 ‘사이버 망명’ 사태에 놀라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고 약속한 지 꼭 1년 만이다. 390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실시간 감시에 노출되면서 국민의 사생활과 정보인권은 다시 큰 위협을 받게 됐다.
카카오 쪽은 새로 감청에 협조하더라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대화방의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할 때 수사 대상자를 제외한 참여자는 익명으로 처리하겠다는 것 등이 1년 전과 달라졌다는 근거다. 눈 감고 아웅 하는 식의 변명일 뿐이다. 대화 참여자 이름을 익명으로 가린다고 해도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제공된다는 점에선 바뀐 게 없다. 대화 내용을 통해 이용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여전할뿐더러, 익명 처리된다는 이용자의 신원도 검찰의 공문 한 장으로 고스란히 다 제공된다. 이용자 누구든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감시 대상이 될 수 있고, 단체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쉽게 노출된다는 점에선 달라진 것이 별반 없다.
‘사이버 사찰’ 논란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사이버 공간에 대한 검열과 감시를 강화한 데서 비롯됐다. 실시간으로 대화·통신을 감청하라는 감청 영장을 압수수색 영장처럼 휘둘러, 서버에 저장된 며칠간의 대화 내용을 통째로 복사해 제공받는 것이 바로 잘못된 편법이다. 검찰과 카카오는 그런 편법을 재개하는 것도 모자라, 지난 몇년간 영장 없이는 제공하지 않았던 대화방 이용자의 신상자료를 검찰의 공문 하나만으로 내놓도록 했다. 그러잖아도 카카오톡에 대해선 압수수색 영장 하나에 다른 경우의 10배가 넘는 계정정보를 무더기로 신청하는 식으로 감시를 이어온 터다. 이전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마구잡이 사찰의 위험은 더 커졌다고 봐야 한다.
정보인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이런 상태를 그냥 둬선 안 된다. 수사기관들의 마구잡이 감청과 압수수색을 제한하고 견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의 개정과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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