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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의 ‘노벨상 풍작’에서 배워야 할 교훈

등록 2015-10-07 18:37

노벨상 수상자 발표 때가 되면 우리는 자꾸 초라해진다. 과학·의학 분야에서 한국인 수상자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다. 기대도 없었다. 일본은 올해도 잔치 분위기다.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물리학상은 2년 연속 수상이다. 이로써 일본은 지금까지 과학·의학 분야에서만 모두 21명, 물리학상만 11명의 수상자를 배출하게 됐다.

수상자를 한두 명만 배출했다면 개인의 천재성이나 운이 작용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매년 수상자를 내는 것은 과학 교육과 연구의 기반이 그만큼 탄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기초과학은 연구자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만 발전할 수 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정부가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꾸준히 투자를 해온 나라다. 이번에 물리학상을 받은 가지타 다카아키 도쿄대 교수의 경우 우주입자 검출 실험실인 ‘가미오칸데’를 활용해 중성미자의 실체를 밝혔다. 이 실험실을 폐광의 지하 깊은 곳에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83년에 수백억원을, 1995년에 다시 1000억원을 투입했다고 한다. 기초과학이 발달해야 응용과학기술의 수준도 높아진다. 조립가공 제조업을 대부분 한국에 내주고도 일본 제조업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은 원천기술을 폭넓게 보유해 소재산업 등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1990년대부터 정부가 과학기술 정책에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씩 성과를 기대해볼 만도 하지만, 전망이 썩 밝지 않다. 잠재력 있는 인재들은 기초과학을 익히고 연구하기를 꺼린다. 한국의 정부·민간 합계 연구개발투자율은 세계 1위지만, ‘개발만 있고 연구는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당장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성과가 불투명하고, 길고 오랜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를 육성하는 데는 정부의 구실이 가장 중요하다. 평생을 기초과학 연구에 매진하겠다는 이들이 여기저기서 손들고 나올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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