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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전면 재검토 필요한 ‘전투기 사업’

등록 2015-10-08 18:37

미국의 기술이전 거부로 심각한 난관이 예상되는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보라매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8일 실시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으나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쪽은 면피성 답변만 했다.

정부는 이제 와서 ‘핵심기술을 자체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기술이전을 강조하며 그것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무책임한 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보라매사업은 핵심기술을 국산화한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을 목표로 한다. 기술 종속의 고리를 끊고 자주국방과 지속가능한 항공우주산업의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 목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목표를 이룰 수 없다면 사업을 강행할 이유도 없다. 이 사업에는 건군 이래 최대 규모인 무려 18조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여러 정부가 연이어 추진해야 하는 사업 성격상 처음에 길을 잘못 들면 나중에 문제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명료하게 구분하고 종합적인 판단을 다시 내려야 한다.

이 사업과 연계된 차기전투기(F-X) 도입 사업도 재검토가 요구된다. 차기전투기로 선정된 F-35A의 제조업체인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핵심기술을 건네받을 수 없다면 이 기종을 고집해야 할 근거가 크게 줄어든다. F-35A 대신 다른 기종을 선택해 기술을 이전받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계약 파기에 따른 불이익이 있더라도 보라매사업의 성패 여부에 비하면 작은 문제다. 지금 확실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보라매사업의 투자자이자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예산 증가는 물론 대외신용도 하락까지 우려된다.

사업 재검토와 더불어 책임 규명은 필수다. 기술이전이 불가능함을 알면서도 은폐한 채 사업을 추진한 것은 직무유기이자 대국민 사기이다. 애초 공개입찰에서 탈락한 F-35A를 기준까지 바꿔가며 뒤늦게 수의계약한 과정도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이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청와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주철기 안보수석의 책임은 무겁다. 최근 청와대는 사업 집행자인 방사청을 조사한다고 했는데, 가장 먼저 조사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들이다.

보라매사업은 2002년 필요성이 결정된 이후 12년이 지난 2014년에 착수 승인이 났을 정도로 오랜 검토 기간을 거쳤다. 하지만 여전히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지금 상태로 계속 가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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