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0일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날을 맞아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포함해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을 해온 바 있다. 그러나 북한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해오던 중국이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방북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그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로켓 발사와 핵실험을 금지하도록 하는 유엔 결의를 확고하게 지지하는 중국이 고위급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다는 사실은 북한과 중국 사이에 그와 같은 도발 행위를 하지 않기로 사전에 양해가 이뤄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신무기 공개와 대대적인 병력을 동원한 열병식을 거행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한반도 정세를 격동시킬 만한 위협 요인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북한이 말로는 미사일·핵 도발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대결보다는 대화, 고립보다는 협력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길 원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따라서 20~26일에 진행하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8·25 남북 합의대로 무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거기까지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남북이 주도적으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까지 내다보면서 대화와 협력을 할 수 있는 동력을 지금 시점에서 확보해놓지 못한다면, 짧은 해빙 이후에 다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대결·갈등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대결의 원심력이냐, 대화의 구심력이냐’ 하는 중대한 국면에 있다.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이 동아시아의 주도권 확보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상황은 남북 모두 미-일, 중국의 한편에 끌려들어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서로 사이가 나빴던 북한과 중국이 관계 개선을 꾀하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8일 일본 공명당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예방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은 대결과 대화의 가능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분명히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또 16일에는 한-미 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남북이 대화와 협력의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주변국도 그를 도와주는 쪽으로 유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자는 쪽으로 간다면 주변국 사이의 대립구도에 더욱 깊게 빨려들게 되어 있다. 그렇기에 남북 지도자의 각성과 결단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