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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2의 심학봉 의원’ 나오지 말란 법 있을까

등록 2015-10-12 18:35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이 12일 국회의원직을 사퇴했다. 그의 의원직 제명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이다. 국회 윤리특위가 이미 심 의원 제명을 만장일치로 의결한 터라 본회의에서도 제명안 가결이 유력한 상황이었다. 성폭행 혐의가 언론에 보도된 것이 두 달이 훨씬 지났는데, 계속 의원직 사퇴를 거부하다 제명 직전에야 서둘러 사퇴서를 제출한 건 참으로 뻔뻔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인사는 사퇴서를 수리하지 말고 그냥 의원직 제명 표결을 강행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여하튼 심학봉씨는 의정사상 윤리적인 문제로 의원직을 상실한 첫 번째 국회의원이 됐다. 국회 윤리특위에서 지난달 심 의원에게 제명 결정을 내렸고 본회의 표결도 예정돼 있었기에, 적어도 이번 사안만큼은 국회가 스스로 비윤리적 행위를 한 의원에게 철퇴를 가했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 발생 이후 과정을 되돌아보면 부정·비리 또는 비윤리적 행위에 연루된 의원에 대한 국회의 대응은 단호하지 못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라는 국민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쳤다.

국회 윤리특위가 처음 열린 것은 사건 보도 이후 거의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고 그나마 첫 회의에선 “본인 소명 절차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 결정을 보류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제명’을 권고하고 여론의 비판이 비등한 뒤에야 윤리특위는 심 의원 제명안을 뒤늦게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국회의 징계 과정이 너무 더디고 미온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안은 너무 파렴치하고 비윤리적이라 국회가 의원 징계에 직접 나선 매우 이례적인 경우다. 심학봉씨 건 외에 19대 국회 들어 윤리특위에 제출된 40건가량의 의원 징계 요구안 가운데 실제로 징계로 연결된 사례는 없다. 윤리심사자문위가 10여건에 대해선 ‘징계 의견’을 냈지만 의원들만으로 구성된 윤리특위는 이를 무시했다. 이래선 앞으로 ‘제2, 제3의 심학봉’이 나오는 걸 피하기 어렵다.

팔이 안으로 굽는 걸 막으려면 국회 윤리특위에 외부 인사를 절반 이상 참여시켜 ‘동업자 의식’이 작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국회는 당장 의원 윤리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작업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뿌리깊은 정치 불신이 조금이라도 해소될 수 있으리란 점을 국회의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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