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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안이한 대응에 대한 ‘메르스의 재반격’

등록 2015-10-13 18:28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악몽은 질기기도 하다. 마지막 메르스 환자인 80번째 환자가 이달 1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가 11일 다시 양성 판정을 받고 격리치료에 들어갔다. 그와 접촉한 가족과 의료진 등 60여명이 격리조처됐다. 28일로 예정됐던 메르스 종식 선언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 메르스 퇴치 국면으로 접어들어 종식 선언만 기다리고 있던 상황에서 이런 돌발 사태가 발생하니 다시 보건당국의 타성과 무능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면역계통 암인 림프종을 앓고 있는 이 환자는 면역력이 약해 메르스 감염이 잘 치료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마지막 환자로 남아 있었다. 퇴원 전에도 메르스 검사에서 양성과 음성을 오갔다. 최종 완치 판정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특이 사례였다고 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퇴원 당시 폐렴 증상이 없고 두 차례 검사에서 잇따라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완치로 판정했으며 이는 국제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초기에도 감염 경로에 대한 외국 기준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다가 급속한 확산을 막지 못했다. 80번째 환자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완치 판정에서 최대한 조심스런 접근을 했어야 하고, 이는 메르스 사태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기도 하다.

삼성서울병원도 다시 허점을 드러냈다. 80번째 환자가 고열과 구토 등 증상으로 11일 새벽 병원을 찾았을 때 메르스 병력을 밝혔고 처음에는 응급실과 별도로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병원 쪽은 진료 뒤 이 환자를 응급실로 보내 다른 환자·보호자와 접촉하도록 방치했다. 이 환자에게 메르스의 핵심 증상인 기침·가래 등은 없었다고 해도 그가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메르스 환자라는 점에 비춰보면 병원 쪽의 대처는 안이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삼성서울병원이 내놓았던 대대적인 응급실 개편 등 감염병 대응책이 정작 실제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1일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킨 것 말고는 인상적인 대목이 없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 없이 오히려 잔칫상만 벌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새 방역체계에서도 어이없는 실패가 반복됐다. 방역당국의 체질과 시스템을 전면 개조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어떻게든 메르스 종식 선언을 앞당기려는 성과주의만 작용했을 수도 있다. 정말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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