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16일(현지시각)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사실상 마지막 정상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이 국제회의 등을 계기로 만날 수는 있으나 이번보다 깊이 얘기를 나누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번 회담은 최근 한반도 관련국들의 연이은 정상회담을 종합하고 정세 변화의 토대를 만들어야 하는 성격을 갖는다. 그만큼 이번 회담은 중요하다.
최대 과제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풀 해법 마련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집권 이후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해온 북한은 최근 태도를 약간 누그러뜨리고 있다. 중국 등 국제사회를 의식한 측면이 있지만 대미 관계 개선 가능성을 탐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여 동안 북한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 중국도 이제 핵 문제 중재 노력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이 적극 나선다면 6자회담을 비롯한 다자대화를 재개하는 쪽으로 갈 수 있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북-미 직접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1년3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나 핵·미사일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기엔 부족하지 않은 기간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임기 동안 쿠바와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이란 핵 협상을 타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가 분명한 의지를 갖고 동력을 만들어낸다면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도 의미있는 시도를 할 여지가 커진다. 거꾸로 이제까지와 같은 대북 압박 공조에 치중한다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진다.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도 장담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일정에 미국 국방부 방문이 포함된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국방은 국가주권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다시 연기한 박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까지 찾는 모습을 보고 군사적 종속을 연상할 나라들이 적잖을 것이다. 이른바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기 위해서라고 하나 한-미 동맹은 그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 이와 별개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과 관련한 미국의 기술이전 문제는 반드시 다시 논의돼야 한다. 그나마 미국 국방부 방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이다.
박 대통령은 국내정책과는 달리 외교·안보 정책에서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실제로 이뤄진 것은 거의 없다. 관건은 북한 문제다. 이번 방미에서도 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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