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4대강을 활용한 가뭄 해소 방안에 힘을 쏟고 있다. 14일 열린 당정협의에선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을 끌어와 농업용수와 식수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보-저수지 연계 운영 확대와 송수관로 설치 등 4대강 지천·지류 정비사업이 주된 내용이다.
유례없는 가뭄으로 전국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올해 평균 강수량은 예년의 62%에 그치는데, 충남 지역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식수원인 주요 댐의 저수율은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중이다. 15일 오후 2시30분 기준으로 횡성댐(29.1%), 용담댐(28.5%), 보령댐(21.3%) 등 저수율이 30%를 밑도는 곳이 여럿이다. 충남 서산·홍성 등 서해안 8개 시·군에선 8일부터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농업용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멀리서 볼 땐 누렇게 벼가 익은 황금 들녘 같지만 실은 태반이 쭉정이인 ‘한숨 들녘’이라고 한다.
한시가 급한 처지이기에 4대강 물로 가뭄 피해를 줄여보려는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4대강 활용 방안은 문제투성이다. 4대강의 물을 다른 지역까지 끌어오려면 송수관로를 건설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소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예산 투입의 타당성뿐 아니라 4대강 보의 수량 변화가 시설물에 줄 영향 등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더군다나 4대강 보 주변은 이미 녹조로 뒤덮였을 정도로 오염이 극심한 터라 식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제의 뿌리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데 있다. “4대강 사업만 마무리되면 가뭄·홍수 걱정은 끝”이라 선전하며 혈세 22조원을 쏟아부었는데 결과가 어떠한가. 정부·여당이 졸속으로 4대강 활용 운운하고 나서는 건 4대강 사업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줄 뿐이다. 올바른 가뭄대책이기는커녕, 가뭄을 핑계로 지천·지류 정비 명목의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려는 ‘4대강 사업 시즌2’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가뭄은 이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상수다. 유엔은 이미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중장기 가뭄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가뭄 예방·예보·수습 등 전 과정을 관리·통제할 사령탑 성격의 상설기구 설치도 검토해볼 만하다. 전국의 수자원 수요와 공급을 재평가해 효과적으로 재분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