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7%에 머물 것이라고 한국은행이 15일 전망했다.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이다. 정부가 11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내면서 그래도 3.1%는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게 불과 석 달 전이다. 결국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했거나 국민을 속였다는 얘기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도 3.2%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전망에 견줘 지나치게 낙관적이란 지적도 나오지만, 현실화된다고 해도 그 정도론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울 터이니 답답하다.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게 경제정책의 최종 목표가 돼서는 물론 안 된다. 중국 경제의 부진 등 외국 변수가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정부가 경기 부진의 핵심 원인을 잘못 진단하고, 그래서 처방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매년 정부의 경제전망이 크게 빗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은의 내년 경제전망을 뜯어보면 민간소비 증가율을 2.2%로 잡고 있다. 1.8%인 올해보다는 높아진다지만, 여전히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돈다는 것이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2%를 밑돌 정도로 부진했다. 이는 가계의 소득 부진 탓이 크다. 게다가 주택가격 및 전세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어서 내수 부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경제지표는 임금 수준을 올리고 임대료를 안정시키고 사회보장을 강화하라고 요구하는데, 정부는 딴 곳만 보고 있다. 투자 촉진을 명분으로 대기업 지원에 매달리고, 주택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목을 매면서 민생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와, 배당과 임금을 늘리는 배당소득증대세제, 근로소득증대세제 등 이른바 ‘3대 패키지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니 조금 기대를 모았지만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그나마도 흐지부지해버렸다. 최 부총리 재임기간 한 것이라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여 집값과 전셋값을 끌어올린 것밖에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 놓고 1년3개월여 만에 “경제는 저 말고도 잘하실 분들이 많이 있지 않냐”며 직을 물러나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발언이 염치없는 것은 둘째 치고, 이렇게 책임감이 없으니 나라 경제가 잘 굴러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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