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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대통령 입맛만 맞춘 ‘정윤회 문건’ 기소의 사필귀정

등록 2015-10-16 19:01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측근인 정윤회씨의 동향을 담은 청와대 문건(정윤회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도, 공무상 비밀누설도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기소된 박관천 전 행정관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다. 검찰의 기소 내용 대부분이 무죄로 판결됐으니, 애초 잘못된 기소였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검찰은 이런 결과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애초 ‘비선 측근 국정농단 의혹’으로 시작된 정윤회 사건은 검찰을 거치면서 ‘문건유출’ 사건으로 변질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바꿨다. 박 대통령은 검찰 수사 초기인 지난해 12월 비선 측근과 ‘십상시’의 국정농단 의혹을 담은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일축하고, “문건유출은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부당하기 짝이 없는 수사개입인데도 검찰은 그대로 좇았다. ‘가이드라인’대로 의혹의 본질인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선 시늉뿐인 수사로 면죄부를 주더니, 문건유출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해 기소를 강행했다. 그 결과가 ‘찌라시’라는 정윤회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이고 이를 유출한 것은 ‘국기문란’의 위법이라는 자가당착의 뒤틀린 기소였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진작에 예상됐던 일이다. 1월 기소 당시 검찰 안에서도, 문서 내용을 발췌·정리한 것이나 구두 보고한 사안을 문서화한 것까지 대통령기록물로 문제 삼으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런 지적대로 법원은 유출됐다는 문서들이 원본이 아닌데 이것까지 대통령기록물로 보고 처벌한다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지금 정권의 국정원장은 무혐의 처리하면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대화록 초본을 폐기했다는 이유로 전 정권의 청와대 비서진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대해서도 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검찰의 이런 못된 행태는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법원은 기소 내용 가운데 ‘정윤회 문건’을 박 전 행정관이 지시 없이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이지 회장에게 유출한 것만은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고 판단했다.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내용만 공무상 비밀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정윤회 문건의 공개가 대통령비서실의 감찰 기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밀로 판단했으나, 문건 내용의 진위에 대해선 판단을 하지 않았다. 국정농단 의혹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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