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18일 귀국했다. 이번 미국 방문은 한반도 정세 변화의 토대를 만들 중요한 계기로 기대됐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대신 더 꼬이게 하고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을 뿐이다.
최대 과제였던 ‘북핵 해법’ 마련부터 어려워졌다.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북한 문제에 국한한 공동성명을 내면서까지 북한에 대한 압박과 경고 수위를 높였다. 북한 인권 문제에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까지 겨냥한 “인권침해 책임 규명” 등의 표현으로 매우 강경한 방침을 밝혔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로켓을 발사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면서, 이전엔 없었던 ‘비가역적’이라는 조건을 추가해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 달성”이라는 방침을 천명했다. 이런 입장은 부시 미 행정부 시절 대북 강경파인 ‘네오콘’의 단골 구호였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다른 자리에서도 북한에 대해 ‘선 핵포기, 후 지원’ 방침을 밝혔다. 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시킨 꼴이니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은 더욱 어려워졌다. 여러모로 꽉 막힌 ‘강공 일변도’다.
이런 입장이 문제의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일을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없이 넘기면서 “평화적·안정적 외교환경”을 희망한다고 밝히는 등 최근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렸다. 중국도 다시 중재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 터에 6자회담 재개나 북-미 직접 대화 등 ‘화답’의 방향이 아니라 이전보다 더 강경한 경고와 압박 방침을 들고 나섰으니, 반발과 대치는 불 보듯 뻔하다. 한반도 정세의 격동을 부르는 ‘역주행’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외교 전략의 방침에 따라 정세를 제대로 관리하고나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방미 중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 “한-미 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중국 경사론’을 불식하려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다. 이는 한-미 동맹의 한반도 전역 확대를 통한 통일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북한에는 흡수통일론으로, 중국에는 결단코 용인할 수 없는 전략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9월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협의했다”고 하더니, 10월엔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중국이 국제규범을 어길 땐 한국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우왕좌왕하다 양쪽 모두에서 갈등만 쌓고 어려운 상황을 자초하는 꼴이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난맥상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