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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늪에 빠진 외교·안보, 전면적인 인적 쇄신부터

등록 2015-10-19 18:40수정 2015-10-19 20:49

최근 동아시아 상황을 잘 보여주는 사진이 모든 19일치 신문에 실렸다. 하나는 일본 도쿄 남쪽에서 열린 대규모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우리 구축함 대조영함이 일장기를 달고 참석한 사진이다. 다른 하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 부근의 최신 미국 항모 로널드 레이건호 위에서 웃는 사진이다. 우리 함정의 관함식 참석은 13년 만이고, 일본 총리의 미국 항모 탑승은 처음이다. 중국을 겨냥한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는 이미 깊숙이 진행되고 있다.

미-중 대결 체제는 우리에게 늪이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그 늪에 대책 없이 빠져드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압박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은 사태의 엄중함을 보여준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 자체가 외교 실패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이른바 중국경사론을 해소했다고 자화자찬한다. ‘한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 파트너’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큰 문제의식 없이 일본과 ‘대미 충성 경쟁’을 벌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정부가 밀어붙이는 통일외교는 또 다른 늪이다. 통일을 앞세우다 보니 북한 핵·미사일 문제 등 핵심 현안은 뒷전으로 밀리거나 현실적인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통일외교는 북한붕괴론이나 흡수통일론과 맞물릴 수밖에 없어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통일이 임박한 것처럼 허상을 만드는 게 외교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적실성 없는 통일외교는 박 대통령과 정부가 스스로 만든 늪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를 탓할 수도 없다.

무책임하고 줏대 없는 태도가 만들어낸 늪도 있다. 차기전투기(F-X) 및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 그것이다. 좁게는 미국 쪽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와 관련한 대국민 거짓말과 어설픈 외교가 문제지만, 크게는 자주국방 역량 확보는 물론 두 사업 전체의 앞날도 불안해지고 있다. 두 사업을 합쳐 무려 25조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초기인 지금 책임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는다면 끝없는 늪에 빠져들 수 있다.

외교·안보 전체가 허우적거리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방향 재설정이 중요하다.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게 전략일 수는 없다. 그 전에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물러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뿐만 아니라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일한 외교부 장관도 대부분의 문제에 책임이 있다. 또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은 전투기 사업에 깊이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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