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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빚내서 전셋값 올려주라’는 대책으론 안 된다

등록 2015-10-19 18:41

전셋값 상승세가 쉼없이 이어지고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경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태평해 보인다. 그간 내놓은 대책들은 한결같이 핵심은 놔두고 변죽만 울렸다. 심지어 정부 대책이 나오면 전셋값이 더 오르는 기막힌 일도 적잖았다. 이번에도 그럴 위험이 매우 큰 ‘전세대출시장 활성화’를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2009년 초 시작된 전셋값 상승세는 올해 들어 더 가팔라졌다. 16일 발표된 케이비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 보고서를 보면, 12일 기준 서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7% 올라 9월의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서울이 7.92%, 수도권이 6.92%로, 지난해 연간 상승률 4.58%와 5.22%를 이미 크게 웃돌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전세에서 월세나 반전세로 옮겨탄 이들은 주거비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문제는 정부 대책이 시늉을 내는 데 머물고 있다는 데 있다. 18일 정부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는 정부가 전셋값 폭등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 일단이 드러나 있다. 정부는 수도권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1억2천만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무주택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한 현행 전세자금 대출의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해, 고가 전세 세입자들에게도 시장금리 수준으로 전세자금을 대출받기 쉽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저리 대출을 지원하거나 대출을 쉽게 받게 해주면 세입자의 이자 부담이 조금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대출 지원 제도는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위험이 더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전세자금 대출 지원사업도 보증금 마련에는 도움을 주지만, 전세 수요가 확대돼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전세는 수요에 견줘 공급이 갈수록 달리고 있어 상승세가 곧 꺾일 것 같지 않다. 길게는 임대료를 낮춘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야 하겠지만, 단기적으로도 ‘상승 심리’를 차단할 임대료 안정 종합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한정된 재원을 저소득 계층 지원에 더 집중하고, 월세를 안정시킬 수 있는 처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집값을 끌어올리겠다는 생각을 먼저 걷어내야 한다. 지난해 9월 전월세대책이라며 내놓은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주택매매 활성화 대책은 사태를 악화시킨 주범이었다. 지금 정부가 하는 일을 보면, 집 없는 사람은 이 나라 국민이 아니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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