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3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철강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이 아직 걷히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포스코는 연결기준으로 3분기에 658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고 20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14%, 25.8% 감소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210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흑자 규모가 계속 감소 추세를 보여온 터라, 사상 처음으로 연간 단위 적자 가능성도 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전반적인 철강 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 무턱대고 포스코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중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이 6년 반 만에 7% 아래로 떨어지는 등 세계 경제의 위기 요인은 여전하다. 3분기에 해외 철강재 가격 하락 폭이 유독 컸고, 환율 하락에 따른 금융손실도 수익성을 떨어뜨린 요인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외부 환경이 돌아서기만을 기다리기엔 현재 포스코가 맞닥뜨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스스로 자초한 위기의 징후가 너무 뚜렷해서다. 포스코는 검은 이권을 노린 정권의 야욕과 자리 보전을 원하는 경영진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구조적 취약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폐해는 전임 정권 시절 극에 달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은 측근 소유의 협력업체를 통해 포스코로부터 수십억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실이 많은 걸 설명해준다.
전임 경영진을 겨냥한 검찰 수사도 현재진행형이다. 무리하게 추진한 몸집불리기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크게 훼손됐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다. 급기야 경쟁업체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의 영업기밀을 침해한 혐의로 3000억원가량을 합의금으로 지급하는 어이없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말았다. 재무적 타격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에서 쌓은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에 뼈아픈 일이다. 실적 악화는 이런 모든 요인의 자연스런 결과다.
재계 6위의 기업집단인 포스코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철강 신화’의 주인공으로, 한국 경제를 이만큼 성장시킨 살아있는 증거다. 국민의 애정과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철강 신화가 이대로 희미하게 사라지는 걸 원치 않는다면, 포스코가 올곧은 개혁의 길에 매진하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려는 내부의 굳은 의지가 우선이겠으나, 정치권의 뼈를 깎는 각성이 더없이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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