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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한국 음악의 새 이정표

등록 2015-10-21 18:27

스물한살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했다.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 그중에서도 가장 권위있는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은 말 그대로 대단한 사건이고 쾌거다. 한국 클래식음악, 피아노의 수준이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5년에 한 번씩 30살 미만의 연주자들이 쇼팽의 곡만으로 겨루는 이 콩쿠르는 음악계의 노벨상이라는 찬사에 어울리게 여러 거장을 배출했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등이 콩쿠르 우승자였고, 라파우 블레하치와 윤디 리도 우승 뒤 선풍을 일으켰다. 명예와 성공의 관문인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정명훈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등에 그쳤지만, 쇼팽 콩쿠르도 한국인에겐 우승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마의 벽’이었다. 2000년 대회에서 처음 본선 진출을 허용하고 2005년 대회에선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공동 2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그때마다 아직은 정상에 설 수 없는 한국 음악의 영향력을 안타까워하곤 했다.

이번 콩쿠르에선 그런 걱정과 아쉬움을 잊을 수 있었다. 3주간 이어진 콩쿠르 본선과 결선 연주에서 조성진은 대회 경쟁자라기보다 이미 성숙한 피아니스트였다. 부담이나 긴장된 기색 없이 시종 집중력을 잃지 않는 안정된 호흡의 연주는 다른 참가자들과 뚜렷이 구별됐다. 평론가들의 말대로, 콩쿠르가 아니라 조성진의 콘서트였다. 정확한 기교에 더해 작곡가의 의도를 놓치지 않는 깊이있는 작품해석은 결선에서 함께 연주한 바르샤바 필을 이끄는 듯했다. 군계일학이었다. 조성진은 중학생 시절 데뷔할 때부터 사색적이며 진중한 연주로 돋보였다. 크고 작은 상을 받고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쉽게 동요하거나 기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 우승도 그에겐 완성되어가는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그에게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기대하는 까닭이다.

쇼팽 콩쿠르 우승으로 한국 피아노의 수준은 더는 증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까지 왔다고 봐야 한다. 조성진 외에 김선욱, 손열음 등 젊은 거장들도 즐비하다. 이제는 음대 입학 때부터 각종 콩쿠르 준비에만 열중하는 분위기도 극복해 한 단계 올라서 볼 만하다. 더 많은 이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일도 필요하다. 조성진 같은 이들이 더 큰 성취를 이루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후원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오늘의 감동은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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