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이 선택된 한국방송 사장 후보
여당 추천 이사 7명 미리 짠 듯 고씨에게 몰표
여당 추천 이사 7명 미리 짠 듯 고씨에게 몰표
<한국방송>(KBS) 이사회가 26일 새 사장 후보로 고대영 전 보도본부장을 뽑았다. 하나같이 부적격자로 거론됐던 다섯명의 면접 대상자 중 절대 되어서는 안 될 ‘최악의 부적격자’로 지목된 사람이 사장 후보가 된 것이다. 어떻게 고르고 골라 이런 인물을 선택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고 전 본부장은 언론시민사회는 물론 한국방송의 양대 노조와 사내 직능협회 모두가 ‘사장 자격이 없다’며 입을 모아 반대했던 사람이다. 무엇보다 그는 동료 기자들로부터 두 차례나 불신임을 받은 바 있다. 2009년 보도국장 때는 용산참사의 축소·편파 보도와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검증 보도의 불방 등 편파방송을 주도하다가 한국방송 기자협회의 신임투표에서 93.5%의 압도적인 불신임을 받았다. 2012년 보도본부장 때도 한국방송 양대 노조의 신임투표에서 84.4%의 불신임을 받아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선 83.6%가 그를 ‘가장 부적격한 차기 사장 후보’로 꼽았다. 동료 기자들은 이미 그를 “한국방송의 보도를 망친 주범”으로, “정치적 독립과 중립은 물론 보도의 공정성, 제작 자율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인사”로 판단했다. 기업체로부터 골프와 술 접대를 받았다는 논란, 미 국무부 기밀문서에 ‘연락책’으로 자주 등장한 점 등을 봐도 언론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자질이 의심된다.
이사회 11명 가운데 여당 추천 이사 7명 전원은 그런 고 전 본부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지침이 없다면 그런 몰표는 없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방송을 장악해 여론을 확실하게 통제하려는 정치권력의 의도가 아니고선 이런 무리한 ‘낙하산 사장’ 지명을 설명할 길이 없다. 고 전 본부장이 사장이 된다면 국민과 사내 구성원들의 공정방송 염원엔 귀 닫은 채 집권세력의 충실한 홍보도구로 한국방송을 몰아붙이려 들 것이 뻔하다. 공영방송까지 권력의 입맛대로 ‘국정화’하려는 꼴이다. 새로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퇴행적 시도가 성공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