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이 대우조선해양에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내건 ‘노조 동의서’ 제출 요구를 대우조선 노조가 결국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방안을 의결하기로 했다.
대우조선을 포함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계 ‘빅3’의 올해 전체 적자 규모는 무려 7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5조3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대우조선이야말로 ‘발등의 불’이다. 올해 연말이면 부채비율이 4000%나 돼 도저히 회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따지고 보면 모든 구조조정의 얼개는 단순하다.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손실을 어떻게 분담할지를 정하고, 그에 맞춰 회생 준비 절차를 밟은 뒤, 새 주인을 구하거나 혹은 다른 해법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경우엔 첫 단계부터 꽉 막혀 있는 상태인데, 손실 분담에 앞서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책임 소재 자체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탓이 크다. 노조에는 임금 동결과 파업권 포기라는 방식으로 책임을 떠안도록 압박하면서도, 정작 경영진과 주주, 채권단한테선 책임을 함께 지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건 문제를 푸는 올바른 절차가 아니다.
한때 우리 경제의 자랑이던 대우조선이 부실덩어리로 전락한 데는 경영진과 산업은행, 금융당국의 책임이 결코 적다 할 수 없다. 사실상 정권의 ‘낙점’으로 임명되는 경영진은 회사의 내실을 키우기보다는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데 더 급급했다. 관리·감독을 맡은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에는 더욱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들에겐 부실 징후를 ‘알고서도 방조했거나 아예 눈감고 방치한’ 책임이 너무 크다.
대우조선의 향방은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라 할 만하다. 어렵사리 노조가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였으니, 이제 감독당국과 채권단, 경영진도 응당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차례다. 그러지 않고선 4조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쏟아부을 아무런 근거도 이유도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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