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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밑 빠진 기업’에 돈 쏟아붓기로 불안 커진 국책은행

등록 2015-10-30 18:36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유동성 위기가 예상되는 대우조선해양에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신규대출 방식으로 모두 4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최대주주와 여신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책은행 두 곳의 지원은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두 국책은행이 보유한 부실기업 지분과 여신이 또 크게 늘어나게 됐다. 앞으로 두 은행에 대규모의 세금을 투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그만큼 커졌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자구노력을 하면 당장 내년에 4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고, 2019년에는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간 해온 일을 보면 그다지 미덥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5조3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71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회사가 하루아침에 쓰러질 정도로 실적이 나빠졌다. 회계 처리가 엉터리였는데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산업은행은 그간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매각에도 거듭 실패해, 2조9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의 시가총액이 지금은 1조3천억원대로 쪼그라들어 있다. 이번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해놓고 또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책은행들이 기업 부실을 떠안아주는 곳으로 전락한 듯한 모습은 더 큰 걱정거리다. 산업은행은 에스티엑스(STX)조선, 대우건설, 동부제철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 18곳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에스티엑스조선의 경우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로서 채권단을 이끌어 4조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현재 이 회사는 자본 결손금만 1조8천억원이 넘는다. 기업 구조조정도 산업은행의 구실 가운데 하나이긴 하다. 그러나 그 구실로 부실기업을 넘겨받아 퇴직자를 재취업이나 시키면서 어설픈 경영으로 부실을 더 키운다면 심각한 일이다. 수출입과 해외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수출입은행이 금융권의 대우조선해양 여신 가운데 절반을 넘는 12조원을 안고 있는 것도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조만간 본격화할 것이다. 과거 잘못된 지원이 손실로 현실화되고 그에 따른 책임 추궁을 피하려고 필요한 구조조정을 미루는 것은 최악이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되, 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이 부실기업 경영자와 대주주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손실은 국민에게 떠안긴다면 이는 범죄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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