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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검찰총장 자리가 ‘청부수사 포상용’인가

등록 2015-10-30 18:36수정 2015-10-30 21:13

청와대가 다음 검찰총장으로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내정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새 검찰총장은 내년 총선과 다음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검찰을 이끌게 되는 만큼 다른 무엇보다 정치적 중립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지킬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맡기에 김 후보자는 결코 적임자가 아니다. 주요 권력기관의 장을 대구·경북 출신으로만 채웠다는 점에서도 이번 인사는 크게 잘못됐다.

김 후보자는 지난 몇년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와 기소를 지휘해 검찰권을 오남용한 대표적 인사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때는 미네르바 사건과 조중동 광고 불매운동 사건의 수사와 기소를 지휘해 정권 비판에 재갈을 물리는 데 앞장섰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및 무단공개 사건,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및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불법사찰 사건,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 청와대와 여권 핵심 실세가 관여된 사건마다 억지와 편법을 동원하면서까지 청와대의 입장에 충실한 결론을 내도록 했다. 그가 지휘한 미네르바 사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은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애초 죄가 되기 힘든데도 정권의 입맛을 맞추는 데만 급급했던 ‘청부수사’와 ‘묻지마 기소’의 결과다. 그렇게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부로 쓴 사람이 그 대가로 검찰총장까지 된다면 검찰은 ‘정치권력의 하수인’을 영영 면할 수 없게 된다. 그런 이에게선 권력형 비리를 과감히 도려낼 수 있도록 하는 바람막이 구실도, 독립적인 검찰조직의 지휘자도 기대하기 힘들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에 이르기까지 주요 권력기관의 장을 모두 대구·경북 출신들로만 채웠다. 김 검찰총장 후보자와 강신명 경찰청장은 같은 대구 청구고 출신이다. 임환수 국세청장과 이완수 감사원 사무총장은 대구고를 졸업했으며,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경북고 출신이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도 경북 영주고를 나왔다. 수사와 조사의 권력을 쥔 자리가 모두 대통령과 같은 고향 사람 일색이다. 다른 사람은 못 믿겠으니 ‘말 잘 듣는’ 사람만 쓰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이럴 수가 없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상식, 균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무신경이 또 어떤 식의 밀어붙이기로 이어질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조직의 미래는 더욱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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