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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질 낮은 일자리의 함정’에 빠진 정부의 고용정책

등록 2015-11-04 19:28

월평균 20.1시간을 일하고, 70만5천원을 번다. 열에 여덟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지 않고, 퇴직금이나 상여금, 유급휴가도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의 현실이다. 그런 이들의 수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시간제 근로자는 223만6천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1.6%에 이른다. 전체 근로자 수가 1년 전에 견줘 2.85% 늘어나는 동안, 시간제 근로자는 10%나 늘어났다. 1년 새 53만6천명 늘어난 취업 근로자 가운데 38.1%인 20만4천명이 시간제 근로자였다. 이로 인해 감소 추세이던 비정규직 비중이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시간제 근로자는 세계 금융위기 뒤인 2009년과 2010년에도 전년 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적이 있다. 그 뒤엔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으나, 지난해 8월 조사에서 7.91%, 올해 다시 10%로 증가율이 커졌다. 이는 정부가 2013년 5월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내걸면서, 시간제 근로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편 영향으로 해석된다.

여성 등 전일제 근로가 어려운 인력을 고용시장으로 흡수해 고용률을 더 높이자는 목표를 탓할 건 아니다. 문제는 좋은 일자리 창출과 병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 결과 고용률 증가는 미미하고, 질 나쁜 일자리만 크게 늘어나 버렸다. 정부의 임기 내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은 올해 고용률 목표치를 66.9%로 잡았는데, 가장 최근인 9월의 고용률은 그에 한참 미달하는 60.9%에 머물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겨우 0.1%포인트밖에 높아지지 않았다. 최근 2년 새 시간제 근로자는 여성이 14% 늘어난 데 견줘, 남성은 그 갑절이 넘는 30.8%나 늘어났다. 일자리가 없는 남성 가운데 열에 일곱은 전일제 일자리가 있으면 시간제 일자리를 바라지 않는다고 통계청 조사에서 대답했다. 남성 시간제 근로자가 이렇게 크게 늘어난 것은 좋은 일자리 기회가 생겨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이야기다.

정부 정책은 애초 우려했던 ‘질 낮은 일자리의 함정’에 빠져든 모습이다.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임에도 가계가 저축을 늘리는 것은 일자리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앞날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를 도외시한 채 정부가 기업의 비용 경감을 더 염두에 두고 고용정책을 펴고 있으니 악순환이 곧 멈출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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