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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카카오 전 대표 기소, 검찰의 보복인가

등록 2015-11-05 18:37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대표가 4일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다음카카오가 제공하는 폐쇄형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그룹 이용자들 사이에서 음란물이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게 혐의 내용이다.

검찰의 기소가 적절하고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관련 법률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음란물 유포 방지 책임을 지우고 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고 음란물 유포 차단 조처를 취하는 것은 회사다. 그런데도 검찰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를 법인인 다음카카오가 아닌 이 전 대표 개인으로 보고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실제 행위자 외에 법인이나 법인 대표를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없는데도, 업무 담당자도 아닌 법인 대표를 굳이 기소한 것이다. 법리상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지만 이례적이고 무리하다는 지적은 피할 길 없다.

음란물 유포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처’가 무엇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관련 법률에는 ‘적절한 조처’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다. 죄형법정주의 원칙엔 맞지 않아 보인다. 금칙어를 설정해 파일 공유 등을 막고 이용자 신고로 각종 차단 조처를 취하는 등 지금까지의 기술적 조처가 ‘적절한 조처’가 아니라면 더 문제다. 이 정도로는 미흡하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사이트 전체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전면적 검열에 다름없다.

이번 기소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걱정도 여기서 나온다. 포털 등 정보매개자에게 이용자가 올리는 각종 정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우면 검열과 삭제, 차단 따위가 일상화하게 된다. 자유로운 정보의 소통과 정보인권을 위해선 콘텐츠에 대한 책임은 정보 매개자가 아닌 게시자에게 묻는 게 옳다.

이번 기소대로라면 웬만한 인터넷 서비스나 이동통신 문자서비스 등은 대부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리되면 인터넷 생태계와 정보통신산업 전반이 흔들리게 된다. 검찰의 실제 의도가 그렇다면 철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추측대로 보복성 기소라면 더 한심하다.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이 전 대표가 “더는 감청 영장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뒤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그 뒤 국세청의 이례적이고 강력한 세무조사,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해외도박설 내사 등 ‘공교로운 일’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이 전 대표가 기소됐다. 이런 일을 하라고 검찰에 큰 권한을 준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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