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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최선의 ‘후발주자 전략’ 필요한 티피피 대응

등록 2015-11-06 19:09

한 달 전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협정문이 12개 참여국 간사 역할을 맡은 뉴질랜드 정부 누리집을 통해 5일(현지시각) 공개됐다. 협정문에는 미국과 일본 등 협정에 참여한 12개 나라가 최장 30년에 걸쳐 95~100% 수준(품목 수 기준)의 관세 철폐에 합의한 것으로 나와 있다. 공산품의 경우엔 시장개방률이 사실상 100%에 이른다.

각국의 의회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공식 출범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티피피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우리 정부가 마냥 뒷짐만 지고 있긴 어렵게 됐다. 협정 체결을 주도했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애초 예상과 달리 의회 처리를 서두르는 것도 적잖은 부담이다.

협정문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내용이 포함됐다. ‘누적 원산지 규정’이 대표적이다. 티피피 권역 안에서 수입하는 원료나 중간재까지도 모두 최종 생산국을 원산지로 인정해주는 규정이다.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티피피 참여국을 중심으로 이미 탄탄한 분업생산체계를 갖춘 일본에 견줘 우리가 이로울 건 별로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조항이 24개였던 데 반해, 티피피는 30개로 늘어났다. 한-미 에프티에이에 비해 무역 규범이 대폭 강화된 탓이다. 특히 정부가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기업에 특혜 제공을 금지하도록 한 규정은 앞으로 주요 공기업의 해외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물 다양성과 환경오염 방지 등 환경 분야 규정이 늘어난 점도 앞으로 티피피가 새로운 국제 통상 규범 역할을 떠안을 것임을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무턱대고 서두르기만 하는 건 옳은 행동이 아니다. 설령 티피피가 2017년에 정식 발효된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미 에프티에이에 따라 국내산 공산품의 95.8%를 미국 시장에 무관세 수출할 수 있는 반면, 일본의 무관세 혜택 품목(공산품)은 67.4%에 그친다. 가입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티피피에 가입하기 위해 잃을 것도 꽤 많다. 일본마저 농산물 시장을 대폭 개방한 마당에 그 압력이 우리에게도 가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무역협정에서 얻는 게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8% 시장이라는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우리가 입을 손실에 눈감아선 안 된다. 후발 주자의 불리함을 최소화하고 실리를 최대화할 수 있는 신중하고 꼼꼼한 검토 작업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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