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8일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하며 장관직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 7월17일 취임한 뒤 불과 16개월 만이다. 그 기간 중 정 장관이 한 일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것이라고는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로 물의를 일으킨 것뿐이다. 그가 정부조직 혁신과 행정 능률화를 위해 뭔가 업적을 남겼다는 이야기는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
정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면서 자신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생각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지난 8월28일 ‘총선 필승’ 발언 사과 기자회견에서 “총선에 나갈 생각이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정 장관은 고향인 경주 또는 대구 등에서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외친 “총선 필승”이라는 구호는 자신의 총선 승리를 축원하는 건배사였던 셈이다.
그는 애초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자격 미달자라는 지적을 받았다. 군 복무 기간 중 석사·박사 학위 과정을 밟은 특혜 의혹에다 논문 자기표절 시비 등 숱한 도덕적 결함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결국 우격다짐으로 장관 자리에 올랐다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만 일으키고 물러나는 셈이다. 과연 한 나라의 장관이라는 자리가 선거 출마 희망자의 경력관리용에 불과한 것인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총선에 나갈 사람이 단지 정 장관 한 사람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에 이어 정종섭 장관까지 물러나게 됐지만 아직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등 총선 출마 예정자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심지어 최 부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 도중 “경제는 저 말고도 잘할 분들이 많지 않으냐”는 말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새해 예산안 통과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등 때문에 이들 장관들을 아직 교체할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당 장관들의 마음이 이미 콩밭에 가 있는데 그 자리에 계속 붙잡아둔다고 해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무엇보다 자기네 편할 때 찔끔찔끔 개각을 하는 것은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오만한 자세다. 국정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들은 하루빨리 내각 명단에서 정리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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