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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거구 획정, 시한만큼이나 원칙이 중요하다

등록 2015-11-08 18:37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진행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작업은 후보자 등록을 불과 한달 앞두고서야 돌파구를 찾았다. 그렇게 시간에 쫓겨 타협한 결과는 한심스러웠다. 인구가 적은 영호남 지역구는 손대지 않고, 수도권 의석 증가분(2석)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버린 것이다. ‘인구편차 조정’이란 애초 목표는 어디론가 사라진, 원칙 없는 졸속 개편의 단적인 사례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내년 4월13일 치러지는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작업의 결론 역시 18대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선거구 획정의 법정 시한(11월13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본격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여론 비판에 밀려 황급히 협상에 나서긴 하지만 법정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 여야 모두 속으로는 ‘연말연초까지 시간을 끌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선거구 획정이 늦어질수록 유리한 건 현역 의원들이다. 선거구 획정이 빨리 끝나야 정치 신인들은 새롭게 조정된 선거구에서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고 총선을 준비할 수 있다. 국회가 하루빨리 선거구를 획정해야 하는 건, 법정 시한을 준수한다는 의미 외에 공정 경쟁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도 긴요하다.

시한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건 원칙과 기준을 지키는 일이다. 이번에 선거구 획정을 다시 하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보다 투표가치의 평등이 훨씬 중요하다’며 선거구 인구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상 처음으로 독립적인 선거구획정위를 만들었지만, 획정 작업엔 결국 실패했다. 헌재 결정 취지에 맞게 농촌 선거구를 줄이고 도시 선거구를 늘리려다 여야 농촌지역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탓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앞으로 농촌 지역구 감소분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농촌 지역구 감소를 줄이면서 현재의 의석수(300석)를 유지하려면 또다시 비례대표 수를 줄이자는 주장이 나올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여당인 새누리당은 내부적으로 지역구 수를 지금보다 6석 늘리는 대신에 비례대표는 6석 줄이는 방안을 협상안으로 마련했다고 한다. 이래선 18대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비례대표 수를 줄이면서 주고받기식으로 지역구 의석을 조정하면 ‘짬짜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시간에 쫓기더라도 원칙을 포기하면서 선거구 조정을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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