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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정건전성 최우수’ 평가 뒤의 우울한 현실

등록 2015-11-09 18:5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5 재정 상황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재정건전성 최우수 국가’ 중 한 곳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0개 회원국 평균치를 크게 밑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삼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5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과 재정 여력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게 평가했던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각종 지표만 놓고 본다면 현재 한국 경제의 모습은 일종의 수수께끼 같다고 할 만한데, 이번 보고서는 비밀을 풀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1월부터 10월까지 신용등급이 강등된 국내 기업은 모두 45곳에 이른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 61곳 이후 최대치다. 민간부문의 또 다른 경제주체인 가계 상황은 훨씬 열악하다. 6월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가 짊어진 부채 총액은 무려 1130조원에 이른다. 저소득층의 부채가 빠르게 느는데다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앞지르는 등 가계부채의 질도 무척 좋지 않다.

기업과 가계가 골병든 것과 달리, 정작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도는 ‘화려한 시절’을 만끽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9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이로써 무디스, 피치를 비롯해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매긴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요한 건 눈앞의 모습이다.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갈수록 성장잠재력마저 떨어지는 현실은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세 주체인 기업·가계와 정부 부문이 엇박자를 보이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상대적으로 체력이 튼튼한 정부 부문이 임금 격차를 줄이고 복지 지출을 과감히 늘려 가계의 체력을 키우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내보이는 게 옳다. 그래야만 기업 수익성 회복의 길도 열리게 된다. ‘재정건전성 최우수’란 평가는 쓸 돈 쓰지 않고 무조건 나라 곳간 열쇠나 채우고 보자는 정부의 역주행이 낳은 일그러진 성적표일 뿐이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해법, 통일 시대 대비 등 앞으로도 대규모 재정이 투입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결국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게 분명하다. 오이시디 보고서조차 “한국은 추가적인 재정 건전화가 필요없는 수준”이라며 “높은 가계부채와 더딘 임금 상승 탓에 경제성장이 느려지고 있다”고 꼬집고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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