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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노골적인 ‘선거 개입’에 나선 박 대통령

등록 2015-11-10 18:26수정 2015-11-11 16:16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진실한 사람을 선택해달라”고 말했다.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부적절한 발언이다. 여야를 모두 겨냥한 박 대통령의 이 대국민 메시지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일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내부의 공천에까지 노골적으로 간여를 하고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안에서도 자신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모두 ‘진실하지 않은 사람들’로 규정해버렸다.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자신과 갈등을 빚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라고 몰아세웠던 것을 생각하면 박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의 의미는 더욱 쉽게 다가온다. 최근 여권 안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물갈이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해 이른바 ‘박근혜 사람들’이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거나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측근 인사들에 대한 공개적인 지원사격인 셈이다.

총선에서의 물갈이나 현역 의원들에 대한 심판은 그 자체로는 탓할 일이 못 된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에서 전개되고 있는 물갈이론은 이런 정상적인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물갈이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단어는 ‘박근혜’다. 물갈이의 실체는, 박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해, 자기 사람들을, 자신의 정치적 텃밭에 심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새누리당 공천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유승민 의원과의 친소 관계라는 말이 나오는 것부터가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박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지가 노골화되면서 새누리당 안에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느니 하는 말도 쑥 들어가버렸다. 이런 구시대적 정치에다가 박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 당선시키기’라는 탈까지 씌웠다.

박 대통령의 최근 국정운영이나 발언 내용을 보면 날이 갈수록 정상 궤도를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 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야당은 물론 여당 내 비주류 인사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치는 것부터가 유례가 없던 일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정도의 발언을 했다가 당시 야당이던 현 새누리당 등에 의해 탄핵소추됐다. 박 대통령 발언이 지닌 ‘죄질’의 심각성은 노 전 대통령에 비할 바가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기차와 같이 폭주하는 박 대통령을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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