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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20살 민주노총의 성과와 과제

등록 2015-11-11 18:48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1일로 스무살 생일을 맞았다. 866개 노조, 41만여명의 조합원 조직으로 출범했던 민주노총의 20년 발자취엔 한국 사회의 과거와 현재가 오롯이 새겨져 있다. 그간 민주노총이 거둔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산별노조 조직화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관련해 한국 사회가 이룬 최소한의 진전 또한 그 공의 상당 부분은 민주노총 몫이다. 2000년대 이후 비정규직과 사내도급 문제가 핵심의제로 떠오르는 과정에도 민주노총의 힘겨운 노력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전국 곳곳의 노동현장에서 불붙은 민주노조 운동을 밑거름 삼아 탄생한 민주노총의 스무살 생일은 충분히 축하받을 만하다.

지난 20년 사이 한국 사회는 급격한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다. 노동시장만 놓고 보더라도, 기업규모별, 노동형태별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임금과 노동조건 등 모든 면에서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뉜 이중구조의 고착화 추세는 도저히 되돌리기 힘든 게 아닌가 싶을 지경까지 이르렀다. 노동을 바라보는 사회 일각의 저열한 의식도 여전히 뿌리 깊다. 집권 여당 대표라는 사람 입에선 “대기업 강성노조가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겼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이 거침없이 튀어나올 정도다.

이런 탓에 앞으로 민주노총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도 녹록지 않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연 첫번째 시험대다. 시장에서의 생존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은 위험과 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기 마련이다. 만일 민주노총의 근간을 이루는 정규직이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외면하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매달린다면, 머지않아 그 칼끝은 정규직 자신을 겨눌 게 틀림없다. 막다른 고용절벽으로 내몰린 희망 잃은 청년세대를 끌어안는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행보 역시 절실하다. 정부가 청년고용 해법이라며 밀어붙이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과정에서 드러난 민주노총의 대응방식이 과연 청년세대들의 눈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섰는지 겸허히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탓하고만 있기엔 현실이 너무도 절박하다. 비정규직과 청년세대를 서둘러 민주노총의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이고, 노동부문 이외의 다양한 사회세력과 폭넓은 연대의 접점을 넓혀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어느새 성인으로 자라난 민주노총에 한국 사회가 여전히 품고 있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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