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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광군제’의 차이

등록 2015-11-12 18:53

11일 열린 중국의 ‘광군제’ 행사에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우리 돈으로 무려 16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알리바바가 정확히 24시간 동안 전자상거래를 통해 거둔 판매실적은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1년치 매출의 8배를 넘는다. ‘독신자의 날’을 뜻하는 광군제는 해마다 11월11일 열리는 대규모 온라인쇼핑 할인행사로,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린다.

올해 광군제의 대성공에는 몇 가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우선 전자상거래의 위력이 확실하게 입증됐다. 중국은 덩치 면에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기도 하거니와,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한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소비 패러다임 혁신의 주무대이다. 중국의 지난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거래액)는 4262억달러로, 2013년에 견줘 35%나 증가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으로 전자상거래의 무게중심은 모바일 거래 쪽으로 빠르게 옮아가는 중이다. 올해 광군제 행사에 참여한 전체 구매자의 70%가 모바일 기기로 물품을 주문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광군제 열풍은 지난달 초 열렸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저조한 실적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행사 기간인 10월1일부터 14일까지 2주일 동안 소비자들이 닫았던 지갑을 연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판매 열기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일부 업체에만 집중됐고, 그나마 지난해 세월호 사건 이후 소비심리가 잔뜩 움츠러들었던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이란 이름을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정부를 머쓱하게 만드는 성적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그것도 주로 국내 소비자들을 염두에 둔 전략이 빚은 예정된 실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간 업체인 알리바바가 모든 과정을 주도하고 중국 정부는 뒤에서 단순히 지원 업무만 담당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알리바바는 올해 초부터 10개월 넘게 이번 행사를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한다. 애플 등 4만여개 제조업체가 6만여개 품목을 매장에 올리고, 중국 소비자뿐 아니라 모두 230여개 나라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서는 초대형 글로벌 행사로 성공시킨 숨은 비결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한마디에 부랴부랴 한달 만에 졸속으로 준비한 한국의 보여주기식 ‘관제 할인행사’와는 애초부터 다른 길을 걸어간 셈이다. 정부가 틈만 나면 입에 올리는 ‘창조경제’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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