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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물대포 참사’만으론 부족하다는 새누리당

등록 2015-11-16 18:30수정 2015-11-16 21:26

과연 국민의 대표자를 자처하는 국회의원들이 맞는가. 경찰의 과잉진압을 감싸고 나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발언을 접하면서 드는 의문이다. 경찰의 물대포 마구잡이 살포 정도는 새누리당 의원들한테는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미국 경찰이 총을 쏴서 시민들이 죽어도 80~90%는 정당하다.” 이완영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의 발언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여기서 이 의원의 말을 일일이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럴 가치조차 없다. 미국에서는 집회·시위 현장에 차벽이 등장하는 일도 없을뿐더러,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하는 일이 없음은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일이다. 모든 것을 떠나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일흔에 가까운 농민 한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상황에서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이다. 국민의 대표자로서 경찰의 안전지침 위반 행위 등을 추궁하지는 못할망정 사람의 생명을 갖고 막말을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심리인가. 한마디로 ‘혼이 나갔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 참사를 끌어다가 경찰의 강경대응을 옹호하는 논리도 펼친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16일 집회·시위에 대한 경찰의 “온정주의”를 비판하면서 “기본질서를 해치는 일부터 해결하지 못하면 세계로 번지는 이슬람국가의 테러에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견강부회도 이런 견강부회가 없다. 새누리당에 묻고 싶다. 쓰러진 시위대의 얼굴에 물대포를 직사포로 쏘아대고, 구조에 나선 시민에게까지 조준사격을 하는 것이 온정주의라면 ‘온정이 없는 진압행위’는 과연 어떠해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한국 사회는 ‘불통의 권력’이 빚은 참사에다, 그 불통을 더욱 부추기는 충성경쟁을 생생히 목도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치에 닿지도 않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 보여 다음 총선에서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못할 게 없다는 것이 지금 새누리당의 기류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말기에 차지철 경호실장은 “각하께 불충하는 놈들은 탱크로 다 밀어버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데, 지금 벌어지는 충성경쟁도 결코 이에 못지않다. ‘차지철류 인간들’이 박 대통령 주변을 겹겹이 에워싸는 사이 나라는 더욱 참혹한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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