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14일 올해 말로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3곳의 사업자로 기존의 호텔롯데 외에 신세계와 두산을 선정했다. 대신 롯데 월드타워점과 에스케이그룹의 워커힐점은 특허를 넘기고 사업을 접게 됐다. 정부의 결정 하나로 연매출 수천억원대의 사업장이 졸지에 무너지고, 다른 기업이 특혜적 이익을 새로 누리게 된 것이다. 7월 한화갤러리아와 호텔신라가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될 때도 발표 전에 이들 회사의 주가가 급등했다.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세간의 평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이다. 지난해 전체 면세점 매출은 8조3077억원으로 세계 1위다. 4년 사이에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확장 일로인 중국 소비시장을 지척에 둔 이점에 힘입은 바 크다. 정부는 ‘면세점 특허권’으로 이 시장에 진입 장벽을 쳐두고 있다. 한두 사업자가 거의 자동으로 사업기간을 연장받아 독점적 이익을 향유했던 2013년 관세법 개정 이전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정부가 특혜 수혜자를 지정하는 방식은 면세점 문호를 개방한다는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제도 변경으로 10년 대신 5년마다 경쟁입찰을 하게 되면서 특허를 주거나 뺏을 수 있는 정부의 권한은 오히려 더 커졌다. 그런 권한을 쥔 정부가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시내면세점 사업을 소수 재벌에만 나눠줬다. 한둘 대신 네다섯 재벌이 나눴을 뿐 재벌들만의 잔치인 것은 그대로다.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많은 나라가 면세점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소수 재벌만으로 시장을 움켜쥐려고 해선 퇴보가 불 보듯 뻔하다. 사후 면세점을 활성화하는 등 면세점 문호부터 대폭 넓힐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할인점이나 가전양판점 등 미니 면세점을 지난 1년 사이 1만여개로 두 배가량 늘렸다고 한다. 우리도 이들 소상공인이나 중소 유통업체에 면세점 사업의 과실이 두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국내 제조업 물품의 면세점 판매를 확충하는 방안도 있어야 한다.
5년마다 허가 재심사를 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이래서는 ‘재벌 나눠먹기’를 벗어나기 어렵고, 장기 투자를 어렵게 해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허가권을 내려놓고 등록제로 바꾸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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