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서울시 청년지원사업 훼방 못해 안달인 정부

등록 2015-11-17 18:40

서울시가 사회활동 의지를 갖춘 미취업 청년들에게 2~6개월간 월평균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한 ‘청년활동지원사업’에 대해 중앙정부가 조직적으로 딴죽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사회보장위원회 회의에서 이 사업이 선심성이라는 비판이 나오더니 이튿날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에 사전 협의를 요구했다. 그 다음날 고용노동부는 대놓고 이 사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16일에는 복지부와 사회보장위가 사전 협의를 거듭 촉구했다.

복지부와 사회보장위가 요구하는 사전 협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사회보장제도의 중복 또는 누락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한 제도로, 취지 자체는 일리가 없지 않다. 하지만 정부가 순수한 의미의 협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서울시를 견제·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제도를 이용하려는 게 문제다. 내부적으로 이미 반대 의견을 정해 놓고 요식적인 절차로서 사전 협의를 요구한다는 정황이 뚜렷하다. 이런 식이라면 어느 지자체가 선뜻 사전 협의에 나서겠는가.

사회보장기본법은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만들 책임이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고 분명히 규정한다.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은 이 책임에 부합하는 정책이다. 청년실업이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문제가 됐고 저소득층 청년의 취업을 지원할 제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지자체가 대신 짊어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는 지자체를 도와주기 위한 협의를 하는 게 맞다. 거꾸로 훼방하기 위해 협의를 하자는 것은 법 취지에 어긋난다.

이참에 사전 협의 제도를 손볼 필요도 있다. 올해 진행된 사전 협의 결과를 보면, 노인들에게 지급되는 이·미용 쿠폰은 기초연금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시행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목욕 쿠폰은 시행 가능 판정을 받았다. 또 장수하는 노인에게 주는 수당·기념품은 안 되고 노부모 봉양 가정에 지원하는 물품은 된다고 한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지나치게 간섭함으로써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사회보장제도를 창조적으로 만들어가지 못하는 점도 폐단이다. 여기에 정치적 의도까지 개입해 특정 지자체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런 사전 협의 제도는 폐지하거나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기능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