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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폭력시위 프레임’으로 국면을 호도하려는가

등록 2015-11-17 18:45

황교안 국무총리가 ‘공안총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직접 ‘집회·시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황 총리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를 “사전에 준비된 불법·폭력 시위”라고 규정하고, 법무부와 검찰 등에 “불법필벌의 원칙”에 따른 엄중대응을 지시했다. 이런 사태가 빚어질 때마다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불법·폭력 시위’ 주장을 전면에 내세워 또다시 공안몰이에 나선 것이다.

황 총리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나타난 공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물대포와 경찰봉, 최루액 등으로 무장한 경찰과, 맨몸의 시민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공권력 행사에는 극도의 신중함과 절제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황 총리는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집회 참가자가 중태에 빠진 사태 등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겼다.

황 총리의 발언은 원인과 결과를 뒤섞고, 일부를 확대해 전체적 본질을 호도하는 논리적 오류의 전형이다. 평화적인 집회·시위 문화의 정착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경찰에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한 것은 오히려 시위대 쪽이다. 그러나 당국은 애초부터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데만 관심을 쏟았다. 시위대와 경찰 간 물리적 충돌의 책임을 굳이 따지자면 양쪽 모두에 있는데도 황 총리는 이를 “사전에 준비된 불법·폭력 시위”로 몰아갔다.

어느 면에서 정부는 애초부터 ‘폭력시위’라는 프레임을 짜놓고 이 방향으로 국면을 이끌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은 물론 청년 실업, 빈민 문제 등에서의 각종 정책 실패로 인기가 폭락한 상태다. 이런 민심 이반 사태 속에서 불법·폭력 시위 틀짜기를 국면 전환의 묘수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황 총리가 “국격을 떨어뜨리는 후진적 행태” 운운한 대목에서는 더욱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국제사회의 비웃음을 자초한 것은 바로 이 정부다. 대화와 소통을 거부한 채 폭력시위 프레임 따위의 ‘후진적 행태’로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 역시 바로 이 정부다. 박근혜 정부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후진적 행태를 당장 중지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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