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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퇴출해야 마땅한 ‘살상 무기’ 물대포

등록 2015-11-18 18:42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남기(68)씨의 가족 등이 18일 경찰 지휘부와 현장 경찰관들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과 경찰 자체조사로 일부나마 드러난 사건 경위는 놀랍고 끔찍하다. 14일 집회 당시 경찰은 10~20m 떨어져 있던 백씨의 얼굴 정면을 향해 위에서 아래 45도 방향으로 최대 2800rpm 세기의 물대포를 직사로 발사했다. 백씨가 뒤로 넘어졌는데도 얼굴을 겨냥한 물대포는 계속됐다. 쓰러진 백씨의 몸이 1m 뒤로 쓸려갈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이 구하려고 뛰어왔는데도 직사 물대포는 멈추지 않았다. 21초 동안 엄청난 세기의 물대포를 맞은 백씨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의식불명에 빠졌다.

경찰도 직사 물대포의 위험성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살수차를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사용해야 하는” ‘위해성 경찰장비’로 분류하고 있고, 경찰 내규인 ‘살수차 운용지침’에선 직사 살수를 하더라도 ‘20m 거리에선 2000rpm 내외’로 하라는 등 세부 지침을 정해두고 있다. 경찰 설명대로 백씨 등에게 2500~2800rpm 세기로 쐈다 하더라도 위험하다. 2800rpm은 건장한 성인 남성도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경찰의 살수차 시연회에서 실험대상을 자처해 직접 맞아보겠다는 기자를 말렸겠는가. 실제로 2010년 독일에선 60대 남성이 물대포를 맞아 안와골이 부러지면서 실명한 일도 있다. 이런 위험 때문에 영국 정부는 7월 북아일랜드를 제외한 영국 본토에서 물대포 사용을 불허한다고 발표했다. 안전기준 없는 물대포 사용이 척추골절, 뇌진탕, 안구손상, 흉부 타박상 등의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 위험이 우리에게 현실로 드러났으니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11년에도 물대포에 맞아 고막이 찢어지고 뇌진탕을 입은 이들이 물대포 사용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냈지만, 헌재는 “근거리에서의 물대포 직사 살수가 기본권 침해이지만, 반복될 가능성은 없다”며 각하했다. 그런 기대와 달리 물대포 직사 살수는 계속됐고, 급기야 사람 생명까지 위협했다. 이제부터라도 명확하고 강력한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물대포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면서 어떻게 정부나 경찰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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