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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 전횡만 부추길 테러방지법 ‘군불 때기’

등록 2015-11-19 19:00

마치 발맞춰 분위기 조성에 나선 듯하다. 국가정보원은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파리 테러 참사를 일으킨 이슬람국가(IS) 지지자가 국내에 10명이나 있는데도 신원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며, 2010년 이후 국제테러조직 연계 등의 혐의로 강제출국된 사람이 4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같은 날 경찰은 중동 무장테러단체를 추종하는 불법체류자를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같은 날 정부와 새누리당은 출입국관리 강화와 테러 대비 예산 증액을 뼈대로 하는 테러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정기국회 안에 ‘국가 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옛 테러방지법) 등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위기감을 불러일으키면서 테러방지법 처리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모양새다.

테러 위협에 대비하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비극적인 테러 참사를 기화로 엉뚱하게 ‘한몫’을 챙기겠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정부·여당이 통과시키려는 테러방지법안은 2001년 처음 발의됐을 때부터 ‘위험한 법’으로 꼽혔다. 인권침해와 위헌 우려가 있다거나, 가뜩이나 가진 힘을 정치공작 등에 남용해온 국정원을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많았다. 법안이 새로 발의되면서 많이 고쳤다지만 걱정되는 점은 여전하다. 국정원이 맡는 대테러센터는 자의적 판단에 따라 특정 단체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도록 할 수 있고, 이들 단체의 금융 및 통신 정보 등을 마음껏 수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선 휴대전화 감청을 합법화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등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본권이 침해될 위험은 지금보다 더 커진다. 또 법안대로 국가기관들이 테러 방지를 위한 조직체계로 재편되고 국정원 대테러센터가 정보의 수집·배포는 물론 다른 기관의 업무에까지 개입할 수 있게 되면, 국정원의 권한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게 확장된다.

지금도 테러방지 체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따라 국무총리가 의장인 테러대책회의가 있고, 국정원은 그런 범정부 테러대책기구의 실제 실행기구다. 하지만 아이에스의 활동이 강화된 올해에도 관련 테러대책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있는 제도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국정원에 더 큰 힘을 안겨주려 안달할 일은 아니다. 도둑 잡으라는 몽둥이에 되레 주인이 당하는 일이 또 없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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