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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7시간 미스터리’ 조사는 피할 수 없는 과제

등록 2015-11-19 19:01수정 2015-11-19 21:01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을 조사하는 문제는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때부터 잠재해 있던 ‘뇌관’이었다. 정부·여당이 특조위에 대한 수사권 부여를 한사코 거부하는 등 특조위 활동에 계속 제동을 걸었던 이유의 핵심에도 실제는 ‘7시간 미스터리’ 문제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그 뇌관이 터졌다. 특조위는 18일 비공개 상임위원회에서 박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가능하게 하는 안건을 전원위원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특조위 여당 추천 위원들은 19일 “특조위가 조사를 개시할 경우 전원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세월호특조위가 파헤쳐야 할 진상규명 대상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 문제는 빠질 수 없는 항목이다. 그런데 정부 대응 문제의 물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정부조직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 더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의 대응 문제와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과 지시 사항, 그 이행 여부 등을 빼놓고 정부 초기 대응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특조위 출범의 본뜻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을 복기하고 그 미비점을 보완하자는 데 있다면, 박 대통령의 행적 조사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과제인 것이다.

여당 추천 특조위원들은 박 대통령의 행적 조사를 “정치적 놀음”이니 “대통령 모욕주기” 따위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사리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 자체가 더 ‘정치적’이다. 박 대통령의 당일 행적이나 대응에 문제가 없다면 정정당당히 조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청와대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것이야말로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이라는 특조위의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정치적 행위다. 게다가 해양수산부가 여당 추천 위원들에게 ‘전원 사퇴’ 등의 지시를 내린 문건까지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이 논란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의 9·11진상조사위원회는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광범위한 주변 조사를 한 것은 물론 백악관 집무실에서 3시간10분 동안이나 부시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부시 대통령이라고 해서 그런 조사를 받는 게 기분 좋았겠는가. 하지만 이것이 청와대와 여당이 배워야 할 ‘선진국’의 교훈이고, 본받아야 할 대통령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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