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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교과서 이어 교육방송까지 ‘국정화’ 노리나

등록 2015-11-20 18:55

<교육방송>(EBS) 차기 사장 공모에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지원했다. 이 교수는 친일·독재 미화로 물의를 일으킨 2013년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다. 이 교수와 함께 뉴라이트 계열 학자인 류석춘 연세대 교수 등이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됐는데, 이 가운데 이 교수만 18일 마감된 공모에 실제로 지원했다고 한다. 모두 12명의 지원자가 있다지만, 교육방송 사장 선임권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 쪽에선 ‘이 교수의 경쟁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교육방송 사장은 청와대에서 내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진작부터 방송가에 돌았다. 청와대가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와 맞물려 교육방송 내용까지 철저히 관제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만약 이명희 교수가 사장에 선임된다면 이런 관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셈이다. 이 교수가 대표 집필했던 교학사 교과서는 지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예견되는 온갖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 ‘미리 보는 국정 교과서’나 마찬가지다. 그가 교육방송을 경영하게 된다면 ‘교육방송의 국정화’는 뻔한 수순이다. 한국사뿐 아니라 다른 과목의 교육방송 콘텐츠까지 특정 정치세력의 시각으로 덧칠될 우려도 있다.

이 교수가 교육방송 사장에 걸맞은 자질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면 그나마 명분이 설 테지만, 그는 이명박 정부의 보수적인 방통위에서도 두 차례나 퇴짜를 맞은 인물이다. 방통위는 2009년 교육방송 사장 후보 4명의 공개 면접을 실시한 뒤 적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재공모를 한 바 있다. 그때 이 교수도 4명의 후보 가운데 한 명이었다. 2012년 사장 공모 때는 이 교수를 비롯한 4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도 공모기간을 연장해 추가로 지원자를 모집했다. 방통위가 이들 4명 모두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최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 선임을 둘러싸고도 청와대 개입 의혹이 불거져 이사회에서 진상규명 요구가 일고 있다. <문화방송>(MBC)의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는 등 극단적인 이념 편향으로 자격 미달임을 보여줬다.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영향 아래 공공의 자산인 공영방송이 이렇게 편파적이고 극단적인 인사들에게 장악되는 것은 국정 교과서만큼이나 민주주의와 국격을 훼손하는 불행한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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