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사무실과 산별·지역조직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은 1997년 1월 이른바 노동법 개정안 날치기 사태에 따른 파업 때 이후 18년10개월 만이다. 1999년 민주노총이 합법적 지위를 얻은 뒤로는 처음이다. 차벽을 쌓고 집회 참가자에게 물대포를 직사해 중상자가 나오는 등 14일의 민중총궐기대회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여론이 일자, 이에 물타기를 하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여차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편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계산도 밑바탕에 깔고 있는 듯하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민주노총 집회의 불법성과 폭력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불법 집회·시위 혐의에다 이미 6개월 전의 일인 세월호 1주기 추모제와 4월 총파업 관련 혐의까지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압수물품을 공개하지 않던 전례를 깨고, 압수수색이 끝난 뒤 한 시간 만에 이례적으로 압수물품을 언론에 공개했다. 그러면서 상근자가 캠핑용품으로 구입한 손도끼, 얼음 깨기 행사에 쓴 망치 등을 ‘불법 시위용품’이라고 밝혔다. 노조 쪽이 집회와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소명했던 것들이고, 경찰도 공개하지 않겠다며 가져가 놓고는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다.
평화적인 집회·시위가 거칠어지는 것은 정부가 집회의 자유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탓이 가장 크다. 그럼에도 정부가 나서서 ‘폭력집회’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화와 설득의 대상에서 배제하고 공권력으로 누르겠다는 계산에서일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을 죄다 ‘좌파’로 몰아붙이더니, 이번에는 노동시장 개편에서도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그런 수법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압수수색 하루 전날, 새누리당이 노동시장 관련 법안을 다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위원 정수를 1명 늘리기 위해 ‘국회상임위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을 추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은 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연다. 정부 정책과 관련해 노동계의 뜻을 밝히고, 세를 드러내는 것은 정당한 권리 행사다. 그러나 정부의 ‘폭력 집회’ 프레임에는 말려들지 않게 행사를 잘 치러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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