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서열 1위 출신인 최윤희 전 합참의장이 24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군의 손발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썩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군에 안보를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다.
최 전 의장은 1년 전 대규모 합수단 출범 이후 조사받은 이들 중 최고위직이다. 그는 해군참모총장 시절 와일드캣(해상작전헬기) 도입과 관련해 시험평가서 조작을 지시하고 무기 중개상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정홍용 국방과학연구소 소장도 같은 사안으로 전날 합수단 조사를 받았다. 천안함 사건 이후 5900억원이나 들여 도입이 결정된 와일드캣은 작전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와일드캣 비리는 방위사업 비리의 한 사례일 뿐이다. 합수단은 7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86건, 9809억원 규모의 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소해함인 통영함, 고속함, 호위함, 잠수함, 전자전 훈련장비, 전투기 정비 및 시동용 발전기, 특전사 방탄복, K-11 복합형 소총, 대전차 미사일 등 육해공군을 불문하고 온갖 무기와 군수물자 관련 사업이 비리로 물들어 있음이 드러났다. 10월 말까지 기소된 66명(군인 40명) 가운데 33명이 1심 판결을 받았으며, 이 중 18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 부자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방위사업 비리가 이것뿐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합수단 수사도 불신 대상이 되고 있다. 통영함 납품 비리 혐의로 기소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지난달 초 법원의 무죄 선고를 받았다.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통영함 비리가 합수단 출범의 핵심 계기였음을 생각하면 수사가 얼마나 미흡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합수단은 이제라도 더 치밀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군사비는 세계 10위권이다. 그럼에도 많은 국민이 안보 불안을 느낀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가 끝이 보이지 않는 방위사업 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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