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가 내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된다. 학교별로 2학년 1학기까지 세 학기 가운데 한 학기를 선택해 강의식 수업 대신 실습·토론식 수업을 하고 진로탐색·동아리·예술·체육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벌이게 된다. 중간·기말고사도 안 본다. 학생들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꿈과 적성을 찾고 자율성과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2013년부터 연구·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에 들어가는 만큼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해 애초 취지대로 잘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우선 자유학기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체험활동 프로그램이 양적·질적으로 충분히 준비돼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격차는 큰 문제다. 지난해 자유학기를 시행한 서울·경기 지역 중학교는 대부분 16곳 이상의 진로체험처를 다녀온 반면 농산어촌 중학교는 5곳 미만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자유학기 동안 되레 사교육에 집중하게 되는 현상도 경계해야 한다. 기껏 학교에서 학습 부담을 덜어줬더니 학원에서 선행학습에나 매달리게 된다면 자유학기제의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진다. 이미 자유학기 마케팅에 나선 사교육업체들도 눈에 띈다. 이런 일이 아예 불가능하도록 과단성 있는 억제 정책을 내놓고 실행해야만 치킨게임처럼 벌어지는 사교육 경쟁을 제어할 수 있다. 또 자유학기제가 특목고 등 고교 입시와 연계된다면 지역별 격차와 사교육의 폐해를 가중시키게 되는 만큼 고입 제도를 정비해 미리 알릴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워주기 위한 자유학기가 혹시라도 또 하나의 족쇄나 경쟁 종목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은 남은 기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유학기의 성과가 한 학기만의 특별한 체험에 그치지 않고 중·고교 과정 전체와 맞물릴 수 있도록 교육정책 전반의 혁신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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