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이 당 소속 이현숙 전북도의원을 퇴직시킨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25일 전주지법에서 나왔다. 앞서 헌재는 통진당 해산과 함께 당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까지 결정했는데, 헌법과 법률에 명시적 근거가 없어 월권이라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판결은 헌재가 다루지 않았던 지방의원 관련 내용이긴 하나 법리에선 헌재 결정 자체에 대한 비판이 엿보인다.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은 비례대표 국회·지방의원은 원칙적으로 소속 정당이 해산돼도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이 조항의 ‘해산’은 자진 해산만 의미하므로 헌재의 해산 결정이 난 경우에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런 해석에는 맹점이 있다는 게 이번 판결의 지적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이 상실된다면 “삼권분립의 원칙상 헌재가 구태여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퇴직 여부를 결정하여 정당해산 결정문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고, 그 퇴직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법원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의 의원직 상실 결정은 삼권분립 원칙을 어기고 월권을 한 꼴이라는 얘기다.
전주지법은 반대로 ‘헌재의 해산 결정이 난 경우에도 비례대표는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해석했고, 이현숙 도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해석을 따를 경우, 비례대표 국회의원도 의원직을 유지하는 게 법의 취지에 맞는다. 헌재 결정이 현행법의 취지와 충돌하는 셈이다. ‘국회의원직은 상실, 지방의원직은 유지’라는 상황도 모순이다. 결국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을 어떻게 해석하든 헌재 결정은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번 판결을 분석한 대법원 내부 문건도 “정당해산 결정에 따른 국회의원, 지방의원 직위 상실 여부에 관한 판단 권한이 법원에 있다고 선언한 부분은 헌재의 월권을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법원에서마저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걸 보면 헌재 결정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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