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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성추행 검사도 ‘제 식구’라고 봐준 파렴치한 검찰

등록 2015-11-27 18:59

검찰이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된 이진한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에게 26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2차장 때인 2013년 12월말 기자들과의 송년회 자리에서 저지른 성추행을 목격한 이가 여럿이고 피해자가 처벌해달라고 분명하게 밝혔는데도, 눈 딱 감고 ‘혐의 없다’고 풀어준 것이다. 대검찰청 지침으로는 이 검사가 저지른 정도의 성추행을 했다면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정식재판에 넘긴다고 한다. 형사처벌이 당연한 사안인데도 이 검사는 기소는커녕 검찰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내 식구’라고 챙기는 조직폭력배처럼 검찰도 명백한 성범죄를 ‘제 식구’라고 봐준 꼴이다.

정황을 살펴보면, 검찰은 이 검사의 혐의를 눈감아준 데 그친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건을 축소하려 든 게 아닌지 의심된다.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2014년 1월,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소위는 이 검사에게 정식 징계도 아닌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내리면서 “사안이 경미하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이 그렇게 보고했기에 그렇게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 검사는 “여기자들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등을 손으로 쓸어내리고, 허리를 여러 차례 감싸는” 등의 행위를 했다. 피해 여성이 불쾌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그랬으니 판례로 봐도 명백한 강제추행이다. 검찰은 이를 경미한 ‘품위손상’인 것처럼 보고한 듯하다. 피해자 중 한 사람이 강한 처벌을 원한다고 밝혔음에도, 감찰위원들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의도적 오도가 있었음 직하다. 그랬으니 최소한 징계 사안인데도 단순 경고에 그친 것이겠다.

검찰은 이번 처분의 핑계로 시민위원회의 ‘불기소 의견’을 내세우지만, 시민위원회가 고소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검찰 자료만 참고한다는 점 등에 비춰보면 감찰위원회 때와 비슷하게 일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소한 지 2년이 다 돼서야 무혐의 처분한 것도 사건이 잊히고 덮이기만 기다린 듯하다. 비겁하기 이를 데 없다.

성추행 검사를 이렇게 봐주면 검찰에 대한 신뢰는 한없이 추락하고 공직자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게 된다.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재고해야 한다. 이런 이를 재판에 넘기지 않고 어떻게 성범죄를 단죄하고 근절할 수 있겠는가. 또 이런 이를 검찰에 그대로 두고서 어떻게 성차별적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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