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앞두고 이번에는 평화집회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차벽에 꽃 꽂기, 풍자적인 복면무도회 등 새로운 집회·시위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일이다. 집회가 폭력화하는 발단은 평화로운 행진을 차벽으로 막는 등 경찰이 과잉 대응하는 데 있지만, 그렇더라도 참가자들이 평화적으로 저항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반면 정부의 대응은 갈수록 경직되고 강경해지고 있다. 경찰은 18년 만의 민주노총 압수수색에 이어 27일 민주노총 경기본부까지 압수수색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이날 또 담화문을 내어 “불법과 타협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평화집회 중재’ 제안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찰은 1차 대회 때 빚어진 폭력 상황 등을 이유로 12월5일 집회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명백히 헌법에 위배된다. 헌법 21조는 집회에 대한 사전 허가제를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신고 절차만 밟으면 원칙적으로 집회·시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사전에 금지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조항은 말 그대로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이 있을 때만 최소한도로 적용해야 한다. 주최 쪽이 평화집회를 약속하고 권위있는 종교단체가 중재에 나선 상황인데도 이 조항을 적용해 집회를 금지한다면 그야말로 ‘경찰의 주관적 판단’에 집회 개최 여부가 좌우되는 셈이다. 이게 바로 허가제가 아니고 뭔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27일 “(1차 대회 때) 차벽을 시민들이 밧줄로 묶어 끌어당긴 것 등은 누가 보아도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인정한 다음 그 원인이 됐던 정부의 폭력 과잉 진압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2차 대회의 평화적인 진행을 거듭 약속했다. 이젠 정부도 이런 자세로 나와야 한다. 과잉 진압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집회·시위가 평화롭게 이뤄지도록 주최 쪽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
말로는 집회·시위 문화 개선을 떠들면서 정작 평화집회를 열겠다는 이들을 계속 압박하기만 하는 것은 폭력집회 조장·유도 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결국 정부의 속셈이 집회·시위 탄압과 비판세력 억누르기에 있다는 나라 안팎의 지적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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