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한 환경운동가 박성수씨가 7개월째 대구구치소에 수감중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재판에선 징역 3년을 구형받았다. 전단 내용 가운데 “정모씨 염문을 덮으려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부분이 ‘비선 실세 국정농단’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씨와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잡아 가두는 것은, 막걸리에 취한 술주정까지 처벌했던 1970년대 유신정권에서나 있었던 일이다. 그도 아니라면 근대 이전의 왕조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박씨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기는 과정도 어처구니없다. 경찰은 당사자 고소가 없는데도 박씨 집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알아서 적극적으로 명예훼손 수사를 벌였다. 다른 명예훼손 사건에선 거의 없는 일이다. 박씨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자신에 대한 과잉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멍멍’이라고 외치자 구호를 외치는 불법집회를 했다며 긴급체포했다. 금세 석방되는 박씨를 유치장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다시 체포해 대구 수성경찰서로 압송했다. 인신구속에 신중해야 할 법원은 구속영장 발부에 이어 보석 청구를 기각하고 구속기간을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장해 6개월이 끝나도록 가둬두더니, 얼마 전에는 불법집회 혐의로 추가 구속영장까지 내줘 구속기간을 더 늘렸다. 이런 혐의에 비슷한 전례라도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의 입을 틀어막고 혼을 내겠다고 경찰과 검찰에 이어, 담당 법관까지 소매를 걷어붙인 형국이다. 법 절차를 가장했지만 사실상 법의 남용이고 오용이다. 박씨가 최후진술에서 인용한 맹자의 말대로, 이런데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법률가라고 할 수도 없겠다.
대통령 비판이라면 경기를 일으킨 듯 호들갑을 떠는 일은 갈수록 심해진다. <산케이신문>전 서울지국장 기소가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박근혜 대통령 얼굴과 함께 “독재자의 딸”이라고 쓰인 포스터를 가게 창문에 붙여둔 한 시민에게 경찰 10여명이 찾아와 온갖 겁박을 가한 일도 있다. 대통령 비판에 명예훼손죄를 적용하는 일이 늘어나는 데 대해선 유엔도 걱정하는 입장을 발표한 터다. 권력의 그런 행태는 독재정권 시대의 공포 분위기를 되살려 국민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반인권적 범죄다.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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