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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자체 복지를 시샘하고 헐뜯는 ‘복지무능 정부’

등록 2015-12-02 18:32

청년들의 구직활동 지원 정책을 두고 ‘범죄’라고 욕하다니 귀를 의심하게 된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1일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을 가리켜 “법을 위반해 집행하는 경우 벌칙조항을 두어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말마따나 “정책의 차이를 범죄라고까지 하는 건 지나친 발언”이다. 총선을 앞두고 장관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히는 등 처신이 단정치 못한 정 장관이 이런 극언을 하니 더욱 꼴사납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옥죄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지자체가 복지사업을 신설·변경할 때 중앙정부와 협의하지 않으면 지자체에 주는 교부세를 그 사업 금액만큼 깎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그동안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명목으로 지자체의 수많은 복지사업에 폐지 압력을 넣더니 이제 말을 듣지 않으면 돈줄을 죌 수 있는 강제장치까지 만든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 예산 90억원, 성남시는 청년배당사업 예산 113억원만큼 교부세가 깎일 수 있다.

이는 헌법과 지방자치의 본질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헌법은 지자체에 “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를 맡김으로써 복지사업이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임을 천명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에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상호 협력하도록 규정돼 있다. 일개 시행령을 통해 중앙정부가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일방적으로 지휘하는 체제를 만드는 것은 명백한 위헌적 조처이다. 지방정부를 그저 중앙정부의 지시를 이행하는 하부기관 정도로 자리매김하던 권위주의 시절로 되돌아가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복지사업은 각 지자체가 가장 활발히 펴는 정책 분야의 하나다. 특히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중앙정부와 차별화한 참신한 정책으로 주목을 받기도 한다. 중앙정부의 복지정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역별 사정에 맞는 복지모델 개발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범죄’ 운운하며 극력 반대하는 건 결국 이 분야에서 별로 한 일이 없는 중앙정부가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지자체의 복지증진 노력을 제지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게 아니라면, 저소득 독거노인에게 우유 한 개씩 배달해주는 식의 지자체 복지사업을 억지로 폐지까지 시키면서 이 정부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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