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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비극을 방치해선 안 될 ‘동국대 사태’

등록 2015-12-02 18:33

동국대 부총학생회장인 김건중씨가 2일로 49일째 단식중이다. 스물다섯살 청년의 육신은 인간의 한계를 넘은 극한의 단식으로 곳곳이 허물어져, 이제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걱정되는 지경이다. 그렇게 사위어 가는 생명 불이 다 꺼져가도록 그냥 둬서는 결코 안 된다.

김씨가 목숨을 걸고 호소하는 것은 총장과 이사장의 퇴진이다. 총장인 보광 스님은 논문을 표절했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5월 총장으로 임명됐고, 이사장인 일면 스님은 자신이 주지로 있던 절에서 문화재인 탱화를 훔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지난해 12월 총장후보자추천위에서 다수표를 받은 김희옥 당시 총장 등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자신의 총무원장 선거대책위원장이던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사실상 지명했다. 일면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사장을 재연임할 태세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학 구성원들은 이런 행태에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퇴진해야 동국대에 상식과 건강한 문화가 되돌아올 수 있다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김씨와 함께 한만수 교수협의회장 등 교수 2명,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재단 이사였던 미산 스님 등 스님 3명, 교직원인 김윤길 대외협력관 등이 길게는 23일째 동조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졸업생들도 총장과 이사장의 결단을 요구하며 릴레이 단식에 나섰다.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총장과 이사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투신하겠다고까지 밝혔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다.

그런데도 동국대 재단과 보광·일면 스님은 침묵하고 있다. 젊은 학생의 생명이야 어떻게 되든 버티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김씨의 목숨을 건 단식과 스님·교수·교직원·졸업생 등 학내 구성원들의 동조 단식을 종단 내 정치싸움의 연장 또는 떼쓰기라고 폄하하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대중의 염원과 생명의 중대함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승가가 이래선 안 된다.

이제 목숨까지 위태롭게 된 김씨를 살리자면 억지로 단식을 중지시키고 병원으로 옮기려고만 할 게 아니라 먼저 그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하나의 뜻에 온몸을 던진 그의 결행을 존중하는 자세다. 보광·일면 스님도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경위야 어떻든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스스로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먼저 사람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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