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폐지하기로 법에 규정된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유지하자는 입장을 법무부가 3일 발표했다. 법무부는 사시 존치가 아니라 폐지 시점만 4년 늦추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없애기로 했던 제도를 당분간이라도 두자는 것이니, 약속 위반일뿐더러 불필요한 논란을 정부 스스로 불러일으키는 행위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법무부가 이런 식으로 입장을 밝히는 게 온당한지부터 의문이다. 법무부는 국회가 만든 법을 지키고 운용하는 것이 소임인 행정 부처다. 기존 법을 고쳐야 할 일이 있으면 각계와 두루 협의하고 입법예고 등의 절차를 거쳐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는 게 옳다. 사시 폐지 시점의 변경은 법을 개정해야 가능한 것이니 엄연히 국회의 일이다. 그런데도 법무부가 기자 브리핑을 통해 현행법과 다른 입장을 마치 최종 판정자처럼 일방적으로 떠들썩하게 발표하는 것은 권한 없는 자의 ‘과잉행동’으로 비친다. 더구나 사시 존치론의 제기로 찬반양론이 맞서는 터에 사시 존치 쪽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발표를 했으니, 논란 해소는커녕 소모적인 논란을 증폭하고 연장한 꼴이 됐다. 정부 스스로 법적 안정성을 깨고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이제 4회째 졸업생을 배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에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로스쿨이 사시를 대체하는 법조인 양성의 통로로 정착하는 데 근본적인 차질이 빚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법무부가 사시 폐지를 전제로 예비시험제 도입이나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보완방안을 연구하겠다는 것도, 로스쿨의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큰 방향은 이제 되돌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겠다. 그렇다면 사시 폐지 유예로 괜한 혼란만 연장할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로스쿨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게 옳다. 법무부가 검토하겠다는 대안들은 사시를 예정대로 폐지하고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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